강아지 예방접종 시기, 기초접종 끝나고 4년째 매년 맞았는데 절반은 근거가 없었다

기초접종만 다 끝나면 그다음은 1년에 한 번 종합백신과 광견병.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고, 쿠니가 2026년 9월 네 번째 생일을 맞을 때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았습니다. 병원에서 문자가 오면 갔고, 맞아야 한다니까 맞았습니다. 그런데 강아지 예방접종 시기를 자료로 직접 찾아보니, 세계소동물수의사회(WSAVA)가 2024년에 낸 가이드라인 어디에도 성견에게 종합백신을 매년 맞히라는 문장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반대 방향의 문장이 있었습니다. 성견에게 코어 백신을 “필요 이상으로 자주 놓지 말라”는 문장입니다.

그렇다고 4년 동안 헛돈을 쓴 거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종합백신 한 병 안에 3년짜리와 1년짜리가 같이 들어 있었고, 광견병은 아예 다른 이유로 매년이 맞았습니다.

쿠니가 4년 동안 맞은 것부터 적어보면

쿠니는 2022년 겨울, 생후 3개월에 집에 왔습니다. 그때부터 1차에서 5차까지 종합백신을 맞으면서 코로나장염, 켄넬코프, 광견병, 인플루엔자를 차례로 같이 맞았습니다. 한 번 갈 때마다 대략 10만 원 선이었으니 다섯 번이면 50만 원 안팎이 들어갔습니다. 성견이 된 뒤로는 매년 한 번 종합백신과 광견병을 한자리에서 맞고 있습니다. 항체가 검사는 한 번도 안 했고, 권유받은 적도 없습니다. 부작용은 다행히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 일정이 특별한 건 아닙니다. 법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에 올라와 있는 반려견 예방접종 안내를 표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백신기초추가보강
혼합예방주사(종합백신)생후 6~8주 1차2~4주 간격 2~4회매년 1회
코로나장염, 기관·기관지염(켄넬코프)생후 6~8주 1차2~4주 간격 1~2회매년 1회
광견병생후 3개월 이상매년 1회 (농림축산검역본부 기준)

표에서 보실 건 맨 오른쪽 칸입니다. 전부 “매년”입니다. 저도 이 표대로 살았고, 병원 안내문도 이 표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매년”이 어디서 나온 숫자인지는 표 어디에도 안 적혀 있습니다.

강아지 예방접종 시기, 가이드라인은 종합백신에 “매년”을 붙이지 않는다

WSAVA 2024년 백신 가이드라인은 강아지가 어디에 살든 반드시 맞아야 하는 코어 백신을 세 가지로 정합니다. 홍역(CDV), 아데노바이러스(CAV), 파보(CPV)입니다. 그리고 성견을 두고는 이렇게 씁니다. “Core vaccines should not be given any more frequently than necessary in adult animals.” 코어 백신은 성견에게 필요 이상으로 자주 놓지 말라는 뜻이고, 그 근거로 현대 생백신의 면역 지속 기간이 “여러 해(many years)”라는 연구가 충분히 쌓여 있다고 덧붙입니다.

“여러 해”가 몇 년인지는 이 그룹 위원장이 직접 말한 기록이 있습니다. 데일리벳이 2018년 10월에 보도한 마이클 데이 WSAVA 백신가이드라인그룹 위원장의 강연 내용인데, 코어 백신은 3년에 한 번 재접종하거나 3년에 한 번 항체가 검사를 하라는 게 권고였습니다. 백신을 매년 병원에 오게 하는 장치로 쓰지 말라는 말도 같이 나왔습니다.

이 3년이라는 숫자의 출발점은 더 오래됐습니다. 위스콘신대 로널드 슐츠 교수가 2006년 Veterinary Microbiology에 실은 리뷰를 보면, 미국 주요 백신 제조사들이 자체 연구로 홍역·파보·아데노 백신의 최소 면역 지속 기간이 3년 이상임을 확인했고, 자기 실험실에서는 마지막 접종 후 최장 11년이 지난 강아지들이 바이러스에 노출돼도 발병하지 않았다고 적혀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제가 한 게 전부 과잉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종합백신 이름을 뜯어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국내에서 흔히 DHPPL이라고 부르는 종합백신은 다섯 글자가 각각 하나의 병입니다. D는 홍역, H는 간염(아데노바이러스), P는 파보, 그다음 P는 파라인플루엔자, L은 렙토스피라입니다. 앞의 세 글자가 위에서 말한 3년짜리 코어 백신이고, 뒤의 두 글자는 다릅니다. WSAVA 가이드라인은 비코어 백신의 면역 지속 기간을 “약 1년”이라고 쓰고, 호흡기 백신은 일반 가정에서 키우는 강아지에게는 비코어로 분류합니다. 렙토스피라는 발생 지역이면 코어로 보되 역시 매년 접종하는 백신입니다.

그러니까 “종합백신은 매년”이라는 말은 앞 세 글자에는 과하고, 뒤 두 글자에는 맞는 말입니다. 한 병에 섞여 있으니 결국 매년 맞게 됩니다. 4년 동안 저는 1년짜리 두 가지를 맞히면서 3년짜리 세 가지를 매번 얹어서 같이 맞혀온 겁니다.

강아지 예방접종 시기 확인용 접종 수첩 옆에 누워 있는 말티푸 쿠니

국내 강아지 400마리 피를 검사해봤더니

매년 맞은 강아지들의 항체가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 볼 수 있는 국내 자료가 하나 있습니다. 국내 연구진이 대한수의학회지(Korean Journal of Veterinary Research) 2024년호에 발표한 논문인데, 2019년부터 2022년 사이에 모은 강아지 혈청 400건에서 네 가지 바이러스 항체를 검사한 결과입니다.

강아지 예방접종 시기 판단에 참고할 국내 강아지 400마리 항체 양성률과 방어율 비교 그래프

그래프에서 볼 건 두 막대의 높이 차이입니다. 연한 막대는 항체가 검출된 비율이고, 진한 막대는 그 항체가 방어 수준 이상인 비율입니다. 파보는 두 막대가 거의 붙어 있습니다. 99.3% 양성에 98.3% 방어. 반면 홍역은 83.8%가 양성인데 방어 수준은 45.3%, 아데노는 77.8% 양성에 44.8% 방어입니다. 항체가 있는 강아지 중 절반 가까이는 “있긴 한데 부족한” 상태였다는 뜻입니다.

통장에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항체 양성률은 통장이 있다는 것이고, 방어율은 그 통장 잔고가 이번 달 월세를 낼 만큼 있다는 겁니다. 홍역과 아데노는 통장은 있는데 잔고가 부족한 강아지가 절반이었습니다. 이 차이를 알고 나니, 나중에 항체가 검사를 받더라도 결과지에서 “양성”이라는 글자만 보면 안 되고 수치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주의: 이 논문은 검사에 들어온 400마리가 광견병 외에 어떤 백신을 언제 맞았는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년 맞아도 절반은 부족하다”로 읽으면 틀립니다. 매년 맞은 강아지와 한 번도 안 맞은 강아지가 섞여 있는 숫자입니다. 검사 방식도 실험실의 바이러스 중화 검사라서, 동네 병원에서 키트로 하는 항체가 검사와 기준이 같지 않습니다. WSAVA 가이드라인도 병원 내 키트보다 실험실 검사를 우선하라고 씁니다.

광견병만은 얘기가 다르다, 그리고 4년 동안 몰랐던 것

종합백신과 달리 광견병은 고민할 여지가 없습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광견병 예방 안내는 생후 3개월령 이상에게 접종하고 매년 반복 접종하라고 못 박고 있습니다. 근거는 면역 지속 기간보다 법에 있습니다. 가축전염병예방법 제15조에 따라 지자체장이 접종을 명령할 수 있고, 어기면 같은 법 제60조의 과태료 대상이 됩니다. 금액은 지자체 안내문마다 다르게 적혀 있어서, 대전 중구가 2026년 4월 접종 안내에서 밝힌 최대 100만 원부터 200만 원 이상이라고 쓴 곳까지 있습니다. 정확한 액수는 관할 구청에 물어야 합니다. WSAVA도 광견병이 발생하는 지역이면 법과 무관하게 코어 백신으로 보라고 씁니다.

여기서 4년 동안 몰랐던 게 하나 나왔습니다. 지자체가 봄과 가을에 광견병 접종을 지원한다는 사실입니다. 영등포구보건소의 2025년 가을 안내를 보면 10월 16일부터 31일까지 관내 지정 동물병원에서 시술료 1만 원만 내면 되고, 백신 약품비는 무료였습니다. 조건은 동물등록이 돼 있어야 한다는 것 하나였습니다. 동두천시도 매년 4월과 10월에 1만 원으로 같은 방식으로 합니다.

저는 이런 제도가 있는지조차 몰랐습니다. 4년 내내 다니던 병원에서 정가로 맞혔습니다. 정가가 정확히 얼마였는지는 영수증을 따로 모아두지 않아서 여기에 못 적겠습니다. 그게 이 글에서 제일 부끄러운 대목입니다.

강아지 예방접종 시기에 맞춰 병원 가기 전 현관에서 기다리는 말티푸 쿠니

항체가 검사, 왜 한 번도 권유받지 않았을까

WSAVA 가이드라인은 생후 20주부터 혈청 검사를 지지한다고 씁니다. 어린 강아지에게는 기초접종이 실제로 먹혔는지 확인하는 용도고, 성견에게는 재접종 간격을 조정하는 용도입니다. 그런데 저는 한 번도 이 검사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유는 앞서 말한 데일리벳 기사에 그대로 나옵니다. 항체가 검사 비용이 백신 한 번 맞는 값보다 비싸기 때문에, 검사 대신 접종을 권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보호자 입장에서도 검사비를 내고 “맞아야 한다”는 결과를 받으면 접종비까지 이중으로 나가니, 그냥 맞는 쪽이 계산이 편합니다. 저도 그래서 아무 의문 없이 맞아왔습니다.

다만 같은 자리에서 나온 권고 하나는 기억해둘 만합니다. 10살 이상 강아지는 매년 항체가 검사를 받는 게 좋다는 부분입니다. 나이가 들면 면역 반응이 달라지니 “3년에 한 번”이 아니라 매년 확인하라는 취지입니다. 쿠니는 이제 4살이라 아직 해당하지 않지만, 소형견 노령 기준을 정리했던 글에서 8살 언저리부터 준비를 시작하자고 적었던 걸 생각하면 그리 먼 얘기도 아닙니다.

비용을 따져보고 싶다면 참고할 곳이 하나 생겼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25년 12월에 전국 동물병원 3,950곳의 진료비를 조사해 공개했는데(animalclinicfee.or.kr), 종합백신·광견병·켄넬코프·인플루엔자 접종비가 지역별 평균값으로 나옵니다. 항체가 검사는 공개 항목이 아니라서 병원에 직접 물어야 하지만, 적어도 우리 동네 접종비가 평균보다 높은지 낮은지는 여기서 먼저 볼 수 있습니다.

다음 접종 때 제가 물어볼 것, 순서대로

정리하고 나니 다음 접종 때 병원에서 물어볼 게 생겼습니다.

첫째, 접종 기록부터 다섯 글자로 나눠 봅니다. 병원 문자와 수첩을 뒤져서 지금까지 맞은 종합백신에 렙토스피라(L)가 들어 있었는지, 파라인플루엔자가 포함됐는지 확인합니다. 이게 안 나뉘면 “3년짜리”와 “1년짜리”를 구분하는 얘기 자체를 할 수 없습니다.

둘째, 항체가 검사 비용과 방식을 묻습니다. 병원 내 키트인지 외부 실험실 의뢰인지, 홍역·아데노·파보 세 항목의 수치가 결과지에 나오는지까지 묻습니다. 위 그래프에서 봤듯 “양성”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셋째, 1년짜리 백신은 쿠니 생활에 맞춰 상의합니다. 쿠니는 매달 미용실에 가고 매일 산책을 하니 다른 강아지와 접촉이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켄넬코프 쪽은 유지하는 방향으로 물어볼 생각입니다.

넷째, 광견병은 그대로 매년 맞되, 2026년 가을 지자체 접종 일정을 먼저 확인합니다. 동물등록이 조건이니 등록 상태부터 봅니다.

다섯째, 심장사상충 예방은 이 얘기와 별개로 그대로 갑니다. 쿠니는 넥스가드 스펙트라를 매달 한 번 먹고 있는데, 이건 예방약이라 접종 주기와 상관없이 매달 이어갑니다.

집에서 먼저 확인할 것

☐ 접종 수첩이나 병원 문자에 마지막 종합백신·광견병 날짜가 남아 있다
☐ 우리 강아지 종합백신에 렙토스피라(L)가 포함됐는지 안다
☐ 최근 3년 안에 항체가 검사를 받은 적이 있다
☐ 미용실, 애견카페, 산책로에서 다른 강아지와 자주 접촉한다
☐ 지자체 봄·가을 광견병 접종 일정을 확인해본 적이 있다
☐ 강아지가 10살 이상이거나 면역과 관련된 치료를 받고 있다

“모른다” 또는 “아니다”가 세 가지 이상이면, 다음 접종 예약을 잡기 전에 기록 정리부터 하는 게 순서입니다. 쿠니는 두 번째, 세 번째, 다섯 번째 항목이 그랬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기초접종을 5차까지 다 못 채우고 시기를 놓쳤으면 처음부터 다시 맞아야 하나요?
처음부터 다섯 번을 다시 맞을 필요는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WSAVA 가이드라인은 여러 번 맞히는 이유를 어미 항체가 백신을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생후 16주 이후에 맞은 코어 백신 한 번을 제일 중요하게 봅니다. 놓친 기간과 강아지 월령에 따라 필요한 횟수가 달라지니 병원에서 다시 짜는 게 맞습니다.

Q. 항체가 검사 결과가 낮게 나오면 어떻게 되나요?
낮게 나온 항목만 다시 맞으면 됩니다. 홍역, 아데노, 파보 세 가지가 검사 대상이라 어느 하나만 부족하게 나올 수도 있습니다. 검사비를 냈는데 접종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서, 두 비용이 다 나갈 수 있다는 걸 미리 알고 검사를 결정하는 게 낫습니다.

Q. 접종한 날 목욕이나 산책은 어떻게 하나요?
목욕과 산책보다 먼저 볼 건 접종 후 반응입니다. WSAVA 가이드라인은 수의사에게 접종 후 이상 반응을 제조사와 당국에 보고하라고 따로 권할 만큼 이상 반응을 비중 있게 다룹니다. 얼굴이 붓거나 토하거나 평소와 다르게 축 처지는 모습이 접종 당일 보이면 병원에 바로 연락하는 게 먼저고, 목욕은 그런 반응이 없는 걸 확인한 다음 날로 미루는 쪽이 안전합니다. 쿠니는 4년 동안 한 번도 반응이 없었습니다.

Q. 심장사상충 약을 매달 먹이면 백신은 안 맞아도 되나요?
전혀 다른 얘기입니다. 심장사상충 예방약은 모기가 옮기는 기생충을 막는 약이고, 백신은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을 만드는 것입니다. 쿠니도 둘 다 따로 합니다. 둘 중 하나가 다른 하나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쿠니쿠의 한마디

네 번째 생일을 지난 쿠니 기준으로 다시 적으면 이렇습니다. 기초접종이 끝난 성견에게 홍역·아데노·파보 백신은 3년 주기, 또는 3년마다 항체가 검사가 국제 가이드라인의 권고입니다. 같은 종합백신 안에 든 파라인플루엔자와 렙토스피라, 그리고 별도로 맞는 켄넬코프·인플루엔자는 1년짜리라 매년이 맞습니다. 광견병은 법 때문에 매년이고, 봄·가을 지자체 접종을 이용하면 1만 원 안팎으로 끝납니다. “매년 종합백신”은 절반은 근거가 있고 절반은 습관이었습니다.

4년 동안 매년 맞힌 걸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부작용이 한 번도 없었고, WSAVA도 모든 강아지가 백신의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다만 “왜 매년인지”를 한 번도 묻지 않았다는 게 걸립니다. 항체가 검사가 얼마인지, 지자체 접종이 있는지. 물어볼 수 있는 걸 하나도 안 물어봤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접종 기록부터 뒤지고 있습니다. 병원 문자를 거슬러 올라가 다섯 글자 중 뭐가 들어갔는지 확인하는 중이고, 2026년 가을 저희 구 광견병 접종 일정을 알아보는 중입니다. 다음 접종 예약을 잡을 때는 항체가 검사 비용을 먼저 묻고 나서 접종 여부를 정할 생각입니다. 그래도 4년 만에 처음으로 “맞아야 한다니까”가 아니라 “왜”를 들고 병원에 갈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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